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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한테 부모님이 왔던 곤충이나 무시한 않으면[서부원 기자]









▲  2.28 민주공원의 구석진 곳에 세워진 '2.28 찬가' 표지석.


ⓒ 서부원




또다시 대구를 찾았다. 자주 오가다 보니 500리 길도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2.28 민주운동 65주년 기념일에 맞춘 답사길이었다. 해마다 개학을 코앞에 둔 2월 28일 즈음엔 어김없이 대구의 2 삼성전자야근수당 .28 민주운동 기념 공원을 찾았다. 역사 교사로서,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은 나만의 루틴이었다.

겸사겸사 인근의 국채보상운동 기념 공원과 경상감영 터, 대구 근대역사관, 희움 위안부 역사관, 종로 초등학교를 둘러본 뒤 돌아오는 길에 휴게소 삼아 달성공원에 들르는 일정이다. 청라 언덕, 3.1 만세운동 길, 진골목 등 대출비용 과 함께 대구의 근현대사를 품고 있는 대표적인 답사지다.
모두 넘어지면 코 닿을 거리여서 걸어서도 반나절이면 다 둘러볼 수 있다. 자동차로 돌아보는 건 무척 번거로울뿐더러 걸어 다니는 것보다 시간도 훨씬 더 걸린다. 당장 값비싼 유료 주차장 외엔 잠시 차를 세울 곳도 마땅치 않다. 차라리 시 외곽의 무료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지하철을 이 새마을금고중앙회 직군 용하는 편이 낫다.
4.19 혁명의 불길이 시작된 대구의 2.28 민주운동은 광주의 5.18 민주화운동과 각별한 관계다. 지난 2009년 대구와 광주는 해묵은 지역감정을 해소하고 협력을 통해 상생한다는 취지로 이른바 '달빛 동맹'을 맺었다. 대구의 옛 이름은 달구벌과 빛고을 광주의 앞 글자를 따서 명명한 것이다.
여느 도 대학생휴대폰요금 시끼리의 '자매결연'이 아닌 '동맹'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내건 것은 두 도시가 2.28과 5.18이라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공유하고 있어서다. '달빛 동맹' 체결 후 광주에는 228번, 대구에서는 518번 시내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민주주의 역사에 관한 한 대구와 광주는 '친구'이자 '형제' 같은 도시다.

서울 임대아파트2.28 민주운동 기념 공원은 지리적으로 대구의 한가운데에 있다. 도시철도 중앙로역이 바로 연결되고 '대구의 명동'이라는 동성로가 이웃한다. 과거 성곽에 둘러싸여 있었던 조선시대에도, 사통팔달 도로와 지하철이 뚫린 지금도 이곳은 늘 대구의 중심이었다.










▲  2.28 민주운동 기념공원 전경. 공원 이름을 새겨놓은 표지석만이 이곳이 2.28 기념공원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 서부원




65주년 기념일인데도 공원 주변은 썰렁하기만 하다. 정부 주관 기념식은 남산동에 자리한 2.28 민주운동 기념 회관에서 열리고, 참배 행사는 두류공원 내에 세워진 2.28 민주운동 기념탑에서 시행되기 때문이다. 당일 오전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과 홍준표 대구시장 등이 참배했는데,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까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대구엔 2.28 민주운동을 기리기 위한 장소가 여러 곳이다. 지난 2018년 문재인 정부에 의해 국가 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교과서에서도 강조될 만큼 그 위상이 높아졌다. 국가 기념일로 지정되고 역사적으로 재평가되기 전까지 4.19 혁명의 시작점은 3.15 부정 선거였다. 인터넷 포털에서 2.28을 검색하면 대만의 2.28 사건이 나왔을 정도다.
의외인 건 기념 공원 주변은 말할 것 없고, 시내 도로변 그 어디에도 2.28 65주년 기념일임을 알리는 현수막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구 시내를 동서로 관통하는 간선도로인 국채보상로엔 '대구 시민 주간'과 '106주년 3.1절',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대한 찬반 내용을 적은 각 정당의 현수막만 요란하게 나부꼈다.
홍보 현수막을 내걸지 않았다고 몽니 부릴 일은 아니다. 한 번 사용하고 버려질 현수막이라면 자제하는 게 옳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든 정보를 SNS로 주고받고 소통하는 시대에 현수막은 낡은 방식이자 사라져야 할 유산이다.
그런데도 못내 서운하다. 다른 건 과하다 싶을 만큼 많은데, 유독 2.28만 배제된 것처럼 느껴져서다. 밑도 끝도 없이 '이재명은 안 된다'거나 '윤석열이 옳았다'는 것보다 2.28을 기억하자는 내용의 현수막이 훨씬 교육적이며, 대구 시민들의 '정신 건강'에도 보탬이 될 텐데 말이다. 적어도 기념 공원에는 하나쯤 걸려 있을 줄 알았다.
광주에는 2.28을 기억하자는 현수막이 해마다 내걸린다. 그것이 '달빛 동맹'을 맺은 상대 도시에 대한 예의이며, 2.28로부터 시작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를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다짐이다. 2.28이 없었다면 4.19 혁명이 불붙지 않았을 것이다. 2.28은 중고등학생들이 민주주의의 끌차였다는 점을 증명한 역사적 사건이다.

이후 군사독재정권에 맞선 부마 민주항쟁과 5.18, 6월 민주항쟁은 2.28을 주도한 학생들에게 빚졌다. 만약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주제로 한 전국 답사를 진행한다면, 가장 먼저 찾아야 할 곳이 대구이고, 2.28 기념 공원이다. 대구에서 시작해 창원(마산)과 부산, 광주를 지나 서울에서 마무리하면 시대순에 맞춤한 답사가 된다.










▲  2.28 민주운동 기념공원 입구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지난 2018년 한 중학생이 돌로 내리치는 영상이 알려져 화제가 됐던 그 소녀상이다.


ⓒ 서부원




기념 공원 입구엔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져 있다.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가 서로 분리될 수 없는 가치라는 점을 강조하는 듯하다. 언뜻 위치만 보면, 2.28의 민주 이념을 평화의 소녀상이 수문장 되어 지키고 선 모양새다. '2.28 찬가'와 공원 이름을 새겨놓은 표지석 외엔 아무런 안내판이 없는데, 이마저 없었다면 황량하게 느껴졌을 법하다.

2월 28일은 지난 21일에 시작된 '대구 시민 주간'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날이다. 시작일인 2월 21일은 국채보상운동 기념일이다. 곧, 국채보상운동과 함께 2.28은 대구 시민들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역사다. 그런데도 3.1절과 윤 대통령 탄핵 찬반 목소리에 묻혀 소리 소문 없이 지나치는 것 같아 씁쓸하다.
나름의 수업 자료인데, 기념 공원 주변을 담은 사진들이 영 마뜩잖다. 올해 5.18 계기 수업은 2.28을 소재 삼아 광주와 대구의 현대사를 넘나들 요량이었는데, 그마저 윤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조기 대선으로 묻힐 것 같아 우려된다. 그때쯤 대선이 치러질 텐데, 그 와중에 무슨 5.18이고 2.28이냐며 힐난할 게 뻔해서다.
대구 도심에 그 흔한 현수막 하나 내걸리지 않아 속상했는데, 인터넷 포털에도 온통 윤 대통령 탄핵 관련 뉴스뿐이다. 당일인데도 2.28 관련 뉴스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대개 국가 기념일에는 포털 첫 화면에 무늬 글자로 알리는 게 보통인데, 2.28은 예외인 모양이다. 여기서라도 외치고 싶다. 오늘은 2.28 민주운동 65주년 기념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