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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듯한 시설이며 플로팅 조식 정도는 펼쳐야 힐링이라 말했다. 힐링은 이미 배부른 럭셔리가 됐다. 자연보다는 꾸미기로 테크닉을 부려야 힐링이란 이름을 붙일 수 있는 세상, 힐링은 그렇게 어깨 뽕이 잔뜩 들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곳에서 다른 얼굴의 힐링을 만났다.






인도네시아 가루다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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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국적기 가루다항공이 제공한 힐링 여행지다. 인도네시아까지 가루다가 안내한 길 이후, 자카르타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플라타란 푼착’(Plataran puncak) 리조트와 또다시 가루다 국내선을 갈아탄 후 도착한 족자카르타의 ‘플라타란 헤리티지 보로부두르’(Plataran Heritage Borobudur Hotel & Conve현대글로비스 주식
ntion) 리조트를 통해서다.






인도네시아 차밭의 일꾼.




하나는 소담스러운 차밭 체험 프로그램 ‘노스텔직 티워급등주탐색기
크’(Nostalgic Tea Walk)에서의 발견이고, 하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불교 사찰 ‘보로부두르’를 마주해 얻은 깨달음이다. 이 둘은 용두사미의 값싼 마케팅은 아니더라.






인도네시아 푼착의 차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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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듯하면 눈 호강이지만 반듯하면 ‘안습’이다. 보이면 찬양이지만 감동하면 탄성이다. 감성이 스며들어 힐링으로 뿜어나오게 하는 재주를 부린 이 마술사의 환상 무대는 여행객의 입에서 자연스레 터진 탄성으로부터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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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로부두르의 부도탑




인도네시아 유일의 대형 차밭






인도네시아 푼착의 차밭




푼착은 자카르타 남쪽 약 70㎞ 떨어진 보골르와 찌안주르 지역에 있다. 해발 700ｍ에 20℃의 기온은 섬 많은 인도네시아에서 산악 휴양지로 명성을 얻었다. 시원한 기후와 아름다운 자연경관 덕분에 국내외 관광객들에게는 인기 있는 방문지다. 이곳은 네덜란드 식민정부 시절 시작된 차(茶) 농장 지역으로, 현재는 ‘PT Perkebunan Nusantara VIII Gunung Mas’가 소유하고 있다.






여행 유튜버 꽃송이가 차밭을 즐기는 방법.




차밭 체험의 첫걸음은 리조트의 흔한 체험 중 하나라 여겨지지만, 하나도 기대치 않은 기대는 이전 힐링 체험을 일순 무색케 만든다. 세상 여행은 그래서 가치가 있다. 노스텔직 티 워크는 실제 차밭에서 진행됐다. 리조트 버기(관광용 전기차)로 당도한, 차밭 노동자가 모여 사는 작은 마을이 출발지다.






차밭 인근 마을은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다




여행객을 위해 작위적으로 만든 곳이 아니라서, 살갑다. 차밭 일터로 나가려는 주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다. 동네 작은 공터엔 아이들이 모여 연을 날리며 퍼뜨린 웃음소리와 소리가 뒤엉켜 사람 냄새를 가득 풍긴다. 아이들이 연줄을 잡고 손으로 툭툭 쳐올린 연이 전깃줄 사이를 피해 용케도 하늘을 유영하는데 성공한다. 아이들의 재잘거림은 가난한 마을을 축제 전야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그들을 뒤로하고 여행객은 정해진 시간을 따라 걷는다. 발길 따라 꼬리를 무는 산새들의 지저귐은 귓불을 자극하지 않고, 온몸을 간질이듯 부는 산들바람의 마사지 역시 자극적이지 않다. 한데 그 평범함이 마음을 다잡게 하고, 그 무심함이 야단법석을 살던 우리의 요란을 잦아들게 한다.

이곳은 1910년 프랑스-네덜란드 합작회사가 설립됐으며, 1903년부터 찻잎(Camellia Sinensis)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519헥타르 규모의 찻잎을 비롯해 계피나무(Cinnamomum), 키니나(Cinchona) 등이 재배되고 있다. 차밭 사이에 키 큰 계피나무가 차밭의 보초병을 연상시킨다.

사람은 찻잎을 따고, 조랑말은 찻잎을 먹고






차밭 조식




이곳은 인도네시아 유일의 대형 차밭이 펼쳐진 곳이다. 이곳 차밭에서 진행되는 조식 프로그램은 배불러 마음 드는 곳이라기보다, 여행자의 허전한 눈에 녹색 향연을 듬뿍 채워 눈 호강으로 포만감을 만끽하게 만든다. 오와 열을 맞춘 차나무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여행객을 맞는다. 그들의 긴장감은 차나무 사이를 살피는 아침 바람의 여유로 인해 얼굴에 미소란 선물을 드리운다. 차는 땅에 임해 세상을 정화하고 그들 사이을 호위하듯 지키는 계피나무는 하늘 문과 소통하듯 안테나를 세웠다.






차밭에 높이 솟은 나무는 계피나무. 계피는 이곳의 따른 특산품.




이곳에서는 승마체험과 조식체험도 가능하다. 제주 조랑말을 닮은 이들의 아침 식사는 설익은 찻잎이다. 세작이며 우전을 가리지 않고 쉼 없이 뜯어 그 맛을 은미한다. 가만히 보니 저 조랑말의 모습에 초의선사의 기품이 오버랩된다.






이곳에서는 승마체험도 또다른 재미다. 쉬는 시간 조랑말은 차잎으로 배를 채운다




여행객이 즐기는 차밭 조식은 리조트 스태프의 정성이 가득하다. 쌀국수 국물을 우리는 스태프는 조식 장소 먼 곳에 숨어, 자신의 소임을 다하더라. 그들의 수고에 감사할 일은 열심히 먹는 것. 눈으로 코로 느낀 아침 힐링을 입으로 마주하니 그것이 천국이로세.






차밭 조식




내일은 기약할 수 없지만, 오늘까지 최고의 힐링캠프는 이곳. 내일 또 다른 명소를 만나더라도, 노스텔직 티 워크가 최고라 말할 테니 이해하시라.

보로부두르의 위대한 역사






족자카르타에 있는 호텔 ‘플라타란 헤리티지 보로부두르’는 보로부두르 사찰 인근에 있다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에 있는 호텔 ‘플라타란 헤리티지 보로부두르’는 퇴락한 분위기가 오히려 감성을 자극한다. 호텔 인근에 세상에서 가장 큰 불교 사원 중 하나인 보로부두르 사찰의 존재가 오버랩되니 세련미로 반듯해도 엇박자일 터다. 이 사찰을 방문하면 탄성은 꼬리를 물지만, 목 잘린 수많은 부처상에 앞에서 안타까움이 엄습한다.






보로부두르의 부도탑




대다수 국민이 이슬람교도이고, 국적 항공사는 힌두교에서 신의 전령인 가루다의 이름을 땄다. 그곳에 세계 최대의 불교 사찰이 있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다.






순례자에서 여행객으로 바뀐 보로부두르 방문객도 그 존재에 탄성은 잦아들지 않는다




이 사찰은 9세기에 세워졌으며, 자바의 힌두 왕국이 쇠퇴한 14세기 이후 복원됐다. 화산재로 덮여 세상 빛을 잃은 탓이다. 전 세계에 그 존재가 알려지게 된 계기는 1814년, 당시 자바를 통치하던 영국 총독 토머스 스탬퍼드 래플스 경이다. 뭐, 그 위치는 현지인이 알렸지만, 그 공과는 식민지 세력이 가져갔다.






보로부두르의 부도탑 사이, 그 목을 지켜낸 부처상




서기 780년부터 840년 사이에 사일렌드라 왕조에 의해 세워진 보로부두르 사찰은 천련도 더 지나 마주한 세상에 의해 지상 최대 불교 유적지란 이름으로 유네스코의 낙관을 찍었고, 사람들은 탄성으로 화답했다. 부침이 있더라도 고대의 건축·문화 예술의 상징이라는 것은 숨길 수 없으며, 쌓은 돌 하나하나와 부조마다 깊고 풍부한 역사가 담겨 있다.






보로부두르 방문은 계단 오르기가 필수다. 날이 더운 탓에 오전 방문이 팁이라면 팁




종교와 인간, 목 잘린 부처






보로부두르의 목 잘린 부처상들




1814년 발견 후, 1835년에 완전히 개방된 보로부두르는 불교 우주관을 반영한 만다라 형식으로 지어졌다. 사각형의 구조에 네 개의 출입구와 중앙의 원형 지점이 있다. 외부에서 내부로 들어갈수록 세계는 두 부분으로 나뉜다. 그 길을 수많은 여행객이 오른다. 바깥은 인간 세상의 세 가지 영역이고 중심은 열반의 세계다.






보로부두르의 부도탑







■ 인간 세상의 세 가지 영역
① 첫 번째 존은 ‘카마다투’다. 현세의 인간 세계를 상징한다. 카마다투에는 원인과 결과의 법칙을 설명하는 ‘카르마위방가경’의 내용을 담은 160개의 부조가 있으며, 도둑질·살인·강간·고문·비방 등 인간의 본성과 욕망이 묘사되어 있다.
사원의 기단부에 있던 덮개는 영구적으로 개방되어 관람객들이 숨겨진 부조를 볼 수 있게 됐고, 이 160개 부조는 보로부두르 고고학 공원 내 보로부두르 박물관에서 전시되고 있다.
② 두 번째 존은 ‘루파다투’은 세속적인 집착에서 벗어난 중간 세계다. 루파다투에는 석조 부조와 불상들이 전시된 회랑이 있으며, 총 328개의 불상이 정교한 부조와 함께 배치돼 있다.
산스크리트어 문서에 따르면, 이 구역은 ‘간다비우하’, ‘라리타비스타라’, ‘자타카’, ‘아바다나’ 등의 이야기를 담은 총 1300개의 부조로 구성돼 있으며, 2.5㎞에 걸쳐 1212개의 패널로 연결되어 있다.
③ 세 번째 존은 ‘아루파다투’로 신의 영역, 최고의 정신적 경지를 상상한다.
세 개의 원형 테라스를 따라 중앙 돔(스투파)으로 이어지며, 이 영역은 장식이나 문양이 없는 순수한 상태를 나타낸다. 이곳은 아직 금단의 공간으로 출입 통제다.
이 테라스에는 속이 빈 둥근 종 모양의 스투파가 있으며, 각각 바깥을 바라보는 불상이 들어 있다. 총 72개의 스투파가 있으며, 중심에 있는 가장 큰 스투파는 원래 높이 42m, 직경 9.9m였으나 현재는 예전보다 낮다. 이 중심 스투파는 텅 비어 있어 무엇이 있었는지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보로부두르 회랑의 수많은 스토리텔링 조각들









부도 탑에서 볼 수 있는 부처상의 발바닥




전체적으로 여섯 가지 손 모양을 한 504개의 명상하는 불상이 사찰 전체에 배치되어 있다. 하지만 속세의 욕심은 식민 제국주의자들에 의해 부처의 목이 ‘수집’의 목적으로 수없이 잘렸고, 지역의 불손한 부역자들 역시 이들과 부화뇌동해 그 짓을 벌였다. 하지만 그 욕정도 사찰의 역사를 오롯이 거세하진 못했다.






부도 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 여행객




20세기 초 복원 작업 중 보로부두르 주변에서 발견된 파원사원은 보로부두르로부터1.15㎞, 멘둣사원은 3㎞ 거리에 있다. 이 두 사찰은 보로부두르와 정확히 정렬되어 있다. 세 사찰이 종교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 세 사찰은 매년 음력 4~5월 보름에 열리는 ‘웨삭 축제’의 참관 경로를 이루며, 이 축제는 석가모니의 탄생·깨달음·열반을 기념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보로부두르 방문 팔목 띠




이 불교적 유적은 역사 앞에 종교를 넘어 문화재로 남았다. 동시에 위대한 사찰은 럭셔리 관광 옵션 상품이 됐다. 호텔 ‘플라타란 헤리티지 보로부두르’의 럭셔리 석식 상품으로 한화 700만 원을 내면, 이 사찰에 조명을 환히 밝혀 가진 자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보로부두르의 회랑은 수많은 스토리텔링으로 소리 없는 아우성이 되고 있다




역사적 순례길은 오늘 날 옵션 투어의 아이템이 됐지만, 그 발자국까지 폄하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 역사는 최소한 반바지 금지의 드레스 코드를 만들어 냈고, 전용 슬리퍼를 신어야 하는 원칙을 세우게 했다.






사찰 탐방 전용 슬리퍼.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