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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으로 듣는가나 아크라 해변에 만들어진 옷 쓰레기 산. 소들이 옷을 먹고 있다. 에이비시(ABC) 다큐멘터리 갈무리



‘기부든 헐값이든, 저소득층이 많은 나라에서는 헌 옷을 잘 입겠지’라는 생각은 선진국 사람들의 착각이다. 영국의 엘런맥아더재단은 매해 발생하는 세계 의류 쓰레기 약 4700만t(2017년 기준) 중 87%가 쓰레기로 처리된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재활용될 거라는 기대로 헌 옷을 죄책감 없이 의류수거함에 넣지만, 실상은 다르다. 국내에서 수거된 헌 옷이 중고 의류 수출업체를 통해 동남아시아·아프리카로 판매되는 건 맞지만, 상당수는 재활용되지 못한 채 소각되거나 매립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폐의류 발생 및 처 고용지원센터취업알선 리 현황을 가늠해볼 수 있는 제대로 된 통계가 없는 상황에서, 한겨레는 의류수거함에 버려진 옷에 스마트태그와 지피에스(GPS·글로벌포지셔닝시스템) 추적기 153개를 달아 직접 헌 옷의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국내는 물론 인도·타이 현지까지 헌 옷의 행방을 추적해 재활용 여부와 심각한 환경 오염 실태를 세차례에 걸쳐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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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아프리카 가나의 수도 아크라 해변. 물가에 20m 높이의 ‘절벽’이 솟아 있다. 이 절벽은 돌이나 흙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옷과 섬유가 쌓인 거대한 쓰레기 산이다. 옷 쓰레기 산 꼭대기에서는 검은 소와 흰 소가 모여 풀을 뜯듯 옷의 잔해를 입으로 밀어 넣고 있다. 대부분 유럽 등 선진국에서 주식회사 국민행복기금 기부나 수출로 온 옷이다. 오스트레일리아 언론 에이비시(ABC)가 2021년 공개한 심층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이다.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의 헌 옷 쓰레기장이 된 현실은 먼 나라만의 일일까? 한국 중고의류 수출 규모는 2023년 29만5498t(한국무역협회)으로, 미국·중국·영국·독일에 이어 세계 5위에 해당한다.(2022년 BACI 국제 성적증명서 무역 통계)



① 블루투스 기반 스마트태그와 지피에스(GPS) 기반 추적기를 헌 옷에 달았다. 사진은 지피에스. 조윤상 피디





② 추적기를 달기 위해 폐 대전개인돈 기가 예정된 헌 옷들을 기부받았다. 경기도 의정부의 한 헌 옷 수거장에서 버릴 옷을 모아 담는 모습. 조윤상 피디





③ 바느질을 통해 추적기를 헌 옷에 달았다. 조윤상 피디





④ 추적기를 단 헌 옷을 전국의 헌 옷 수거함에 넣었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의 한 헌 옷 수거함에 옷을 넣는 모습. 조윤상 피디


현재 국내에 존재하는 통계로는 ‘정식으로 수출 신고된’ 헌 옷이 2023년 기준 인도(8만422t), 말레이시아(5만8030t), 필리핀(2만5001t), 타이(2만930t) 등 아시아 국가로 향하는 정도만 확인할 수 있다. 신고되지 않은 수출을 포함해, 국외에서 옷이 정확히 어디로 가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통계는 없다.
이에 한겨레는 직접 헌 옷의 이동 경로를 따라가 보기로 했다. 버릴 예정인 옷에 추적기를 달고 전국 곳곳에 있는 헌 옷 수거함에 넣은 뒤, 이 옷이 어디로 가는지 따라가 본다면 어떨까. 우여곡절 끝에 휴대전화와 연결된 스마트태그와 저렴한 지피에스(GPS·글로벌포지셔닝시스템)를 구했다. 또 추적기를 달기 위해 유명 인사들에게 ‘버리려고 했던 옷’을 기부받았다. ‘쓰레기 아저씨’로 불리며 환경에 관심을 보여온 배우 김석훈씨가 참여했다. 배우 박진희씨, 방송인 줄리안씨, 펑크 밴드 크라잉넛의 한경록씨 등도 의류 기부에 동참했다. 취재팀은 기증받은 의류 사이의 올을 딴 다음 추적기를 집어넣고 다시 재봉틀로 박음질했다.
이렇게 추적기 달린 옷과 신발, 가방 153점이 마련됐다. 전국 각지의 의류수거함에 추적기를 넣은 지 2개월 뒤부터 인도 등에서 신호를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까지 국외에서 발견된 물품은 31점이고, 32점은 인천항 등 국내 항구로 이동한 뒤 수출 국가로 이동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21점은 수출업체에서 보관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60여점은 신호가 끊겼거나 위치를 특정하기 어려운 상태다.
박준용 채윤태 곽진산 기자, 조윤상 피디 juneyong@hani.co.kr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2024년 7월5일 취재팀이 방문한 경기도 포천의 국내 중고의류 수거 및 수출 업체 창고. 수거한 옷들이 산처럼 쌓여 있다. 조윤상 피디





취재팀은 바느질하여 추적기를 헌 옷에 달았다.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 본사에서 취재팀이 바느질로 헌 옷에 추적기를 달고 있다. 조윤상 피디





경기도 포천시 한 중고의류 수출업체에서 수출을 기다리는 헌 옷들. 조윤상 피디





취재팀은 추적기를 달기 위해 폐기가 예정된 헌 옷들을 기부받았다. 경기도 의정부의 한 헌 옷 수거장에서 버릴 옷을 모아 담는 모습. 조윤상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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