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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적자학교 하정옥 대표가 하식애를 타고 올라 야생의 흔적을 조사한다.


ⓒ 정수근




야생동물들의 흔적을 찾는 이들이 있다. 야생동물들의 똥을 무슨 신주단지 모시듯 모시는 이들, 야생동물을 찾아 한겨울에도 야영을 마다하지 않는 이들. 바로 '추적자학교' 사람들 이야기다. 추적자학교를 대전파산 이끌고 있는 하정옥 대표(닉네임 '애벌레')와 추적자학교 수료생 두 사람이 지난 주말인 29일 금호강 팔현습지를 찾았다.

야생의 흔적을 쫓는 추적자학교, 팔현습지를 찾다
그 자리엔 필자와 '팔현습지 지키는 예술행동'의 서민기 행동원(닉네임 '당근')과 안수현 행동원이 함께했다. 이들은 모두 함께 금호강 마이너스통장 연장 서류 팔현습지 곳곳을 누비면 야생의 흔적을 찾았다. 한참 추운 이 겨울이 추적자학교가 바쁜 이유는 겨울이면 숲이 초록의 잎사귀를 다 떨구고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기기 때문에 야생의 추적이 너무나 용이하기 때문이다.

추운 겨울임에도 이들이 산천을 돌아다니고, 텐트에 침낭 하나만을 의지한 채 산과 들에서 야영 생활을 마다하지 무직자주부대출 않는 이유인 것이다.










▲  추적자학교 하정옥 대표가 하식애 절벽을 맨몸으로 오르고 있다. 저 위에 오천만원 이자 서 수리부엉이가 사냥을 한 흔적을 목격했다.


ⓒ 정수근




이날도 팔현습지 터줏대감인 수리부엉이 부부가 있는 하식애를 시작으로 해서 담비와 그 똥을 목격한 왕버들숲과 하식애가 드리운 작은 금화저축은행 산지의 능선까지 타오르면서 하늘다람쥐의 흔적과 고라니 등의 구석구석 야생의 흔적을 좇았다.

전문 추적자가 와서일까. 이날 며칠 동안 보이지 않던 수리부엉이 '팔이'가 다시 하식애에 나타났고, 그 주변에서는 녀석이 사냥한 흔적까지 남겨 놓았다. 어젯밤 녀석은 팔현습지에 자주 출몰하는 물닭 한 마리를 낚아채 녀석이 가장 좋아하는 식사 장소까지 끌고 와 맛있게 먹은 듯했다.

하정옥 대표는 날렵한 몸으로 하식애 수직 절벽을 타고 올라가 수리부엉이 '팔이'가 사냥을 한 흔적을 찾아서 일행들에게 보여줬다. 물닭의 머리통과 발 한쪽, 내장 일부만을 남겨 놓고 몸통을 맛있게 식사한 흔적을 고스란히 남긴 것이다.










▲  수리부엉이가 물닭을 사냥한 후 머리와 발 하나만 남기고 맛있게 식사를 했다.


ⓒ 정수근












▲  수리부엉이가 뿔논병아리 잡아서 먹어치운 흔적


ⓒ 정수근




보기에 따라서는 다소 불편해 보일 수 있는 장면이나 이것 또한 야생의, 자연의, 일부인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 모습마저 아름답게 바라보는 이들이 추적자학교의 구성원들이다.


또 이들은 하식애 여기저기서 수리부엉이가 조류의 깃털을 뽑은 흔적을 확인했고, 이어 너구리가 배설한 흔적인 너구리분장 또한 목격했다. 쉬운 말로 너구리 화장실을 발견한 것이다. 너구리들은 한 곳에 배설하는 습성이 있어서 다소 큰 똥무더기를 남기는데 그것이 너구리분장인 것이다.










▲  너구리 똥더미인 너구리분장의 모습


ⓒ 정수근




너구리들은 바로 위 야산의 은행나무에서 떨어진 은행을 잔뜩 주워 먹고 배설했는데 그 안에서 소화되지 않은 은행 열매가 고스란히 나와서 뭉치를 이루고 있었다. 냄새 나는 은행열매 주변의 과즙은 먹어 다 소화시키고 열매만 고스란히 배설해 놓은 것이다.

야생 똥 전문가 추적자학교 하정옥 대표
하 대표는 사향고양이가 커피 열매를 통으로 먹고 남긴 것에서 '누왁커피'를 추출해 내듯 "너구리가 은행나무 열매를 먹고 남긴 똥에서 질 좋은 은행을 추출해 상품으로 만들면 좋겠다"는 농담을 주고받았다. 그 배설 흔적을 촬영하고, 똥 수집 전문가답게 그 똥더미를 고스란히 떠 가져가기도 한다.
하 대표는 지난해 겨울 팔현습지를 처음 찾았다. '팔현습지시민생태조단'의 일원으로 팔현습지 생태조사를 벌이면서 왕버들숲 쪽 하식애 절벽 가운데쯤 위치한 일명 기도터 속에서 담비의 분변을 수거해 그것을 액자로 만들어 필자에게 선물했다. 그는 "기념이다, 간직하라"면서 전해주었다.

똥 전문가로서의 진면목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하 대표는 전국 각지에서 만난 야생동물의 똥을 수집하는 것을 취미로 가지고 있어 그의 사무실에는 다양한 야생동물의 똥이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이른바 "똥이 작품이 되는" 세상을 그가 개척한 셈이다.










▲  추적자학교 하정옥 대표가 담비 똥으로 만들어준 담비 똥 액자


ⓒ 정수근




그래서 그는 말한다. "똥이 곧 돈이다"라고. 똥 작품을 통해 야생이 살아있다는 것을 알리는 그의 독특한 환경운동 방식은 인구에 회자되기도 한다.

이들은 이어서 팔현습지 하식애 능선을 타고 올라서 산지 위에서 하늘다람쥐의 흔적을 찾아내기도 했다. 참나무 옹이가 삭으면 큰 구멍을 남기는데 그 속에 하늘다람쥐가 쉬러 왔다가 배설을 해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쌀알 절반보다 더 작은 크기의 하늘다람쥐 똥은 육안으로 관찰하기 쉽지 않아서 전문가가 아니면 찾아내기도 어려운 똥이다.

하 대표는 필자가 지난달 찾지 못한 하늘다람쥐의 똥을 몇 군데서나 찾아 보여주면서 이곳에 여전히 하늘다람쥐가 살고 있고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음을 확인해 주었다. 그 뿐 아니라 몸에 열이 많은 고라니가 열을 식히면서 잠을 청하기 위해서 나뭇잎을 다 긁어내고 맨 땅바닥에 몸을 누인 흔적들도 여럿 보여주었다.










▲  하늘다람쥐 쉼터인 참나무 구멍


ⓒ 정수근












▲  하늘다람쥐 배설물. 크기가 쌀알 절반 보다 작다. 그래서 찾기가 쉽지 않다.


ⓒ 정수근




마지막으로 하 대표는 지난해 필자가 담비를 목격한 그 현장에 역시 가볍고도 재빠른 몸놀림으로 하식애 절벽을 타고 올라서 그 주변에 무인센서카메라를 설치하기까지 했다. 이곳에 담비 계속 오고 있는지 몇 마리나 오고 있는지를 이날 설치한 무인센서카메라가 확인시켜줄 것이다.

그러나 카메라 설치를 다 마치고 내려오면서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이번에도 올라가 똥을 봤는데 담비가 아니라 수달이었다". 그는 몹시 아쉬워하는 눈치였다. 이곳 팔현습지에서 상대적으로 흔하게 목격되는 것이 수달이라면, 담비는 거의 목격하기 어려운 동물이기에 이번 조사 결과가 주목된다.
대구의 세렝게티, 팔현습지가 영원하길

이렇듯 팔현습지는 살아있다. 그 현장을 곳곳에서 목격해 본다. 팔현습지는 그야말로 야생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는 대구의 세렝게티이자 야생의 보고인 것이다. 수리부엉이 부부가 사냥을 한 흔적도 자주 목격되고, 수많은 겨울철새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는, 야생의 먹고 먹히는 흔적이 고스란히 목격되는 이곳이야말로 꼭 보전되어야 할 곳 일순위다.










▲  담비 배설물이 목격된 팔현습지 하식애의 버려진 기도터. 하정옥 대표가 그 속에 무인센터카메라를 설치했다.


ⓒ 정수근




하정옥 대표는 팔현습지를 다녀간 후 자신의 거처인 지리산 자락에서 필자에게 다음과 같은 팔현습지 현장 목격담을 보내왔다.

"오랜만에 들린 팔현습지에서 맨 먼저 한 일은 '팔이'와 '현이'를 찾는 일이었다. 아쉽게도 수컷 '팔이'만 보았지만, 그의 왕성한 먹이활동에 내심 뿌듯했다, 하식애 군데군데 사냥해서 먹이활동을 한 흔적들이 너무 반가웠다. 좀 있으면 짝짓기하고 번식을 할텐데, 너무 다행한 일이다.
위쪽 야산에는 고라니 쉼터들이 많았고, 참나무숲에서는 여전히 하늘다람쥐들의 흔적이 반가웠다. 전부터 맘먹었던 담비가 발견된 곳에 카메라를 설치하러 갔었고 안쪽의 똥들이 많아 기분 좋게 카메라를 설치했다. 그런데 내려오기 전 확인한 똥은 담비가 아닌 수달이었다. 이제 수달이 이용는 모양이다. 아쉽기는 했으나 담비든 수달이든 꾸준히 이용한다는 것은 안정된 서식지임을 의미해서 괜찮다.
또 아래쪽에서 발견된 너구리분장은 은행으로 탑을 쌓았을 정도로 푸짐해서 가져다 볶아 먹고 싶을 정도였다."

그러면서 그는 "터줏대감인 팔이와 현이의 주무대인 하식애 앞으로 보도교를 설치한다"는 것은 "집 마당에 고속도로가 생기게 하는 꼴"이라면서 "도심 속에서 사람의 왕래가 뜸한 밤 시간대에 활동하는 것이 야생동물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켜주지는 못할망정 그들의 삶터를 빼앗는다는 건 너무 심한 탐욕 아닌가, 그것도 환경부가"라고 규탄했다.










▲  추적자학교 최은지씨가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수리부엉이 사냥 흔적을 살펴보고 있다.


ⓒ 정수근




추적자학교 2기 수료생이라며 자신을 설명하는 최은지씨(닉네임 '여름') 또한 이날 일정을 함께한 후 다음과 같은 후일담을 보내왔다.

"평생 도시에서 살았던 난, 사람만 어울려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생태환경을 배우고, 추적자학교를 다니면서 우리 바로 옆에 많은 존재들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이번 팔현습지 탐사도 그런 연장선이었다.

보고 싶던 물닭의 발과 팔현습지 터줏대감 '팔이'를 봐서 더 좋았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되는데 그게 그리 어렵나 보다. 그들이 희귀해서 더 귀하기도 하겠지만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그 자체로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관심을 가지면 예뻐 보인다. 아니 예쁘다."










▲  팔현습지 수리부엉이 '팔이'가 팔현습지 하식애에서 쉬고 있다.


ⓒ 정수근



덧붙이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