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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 간 휴전이 타결된 지 하루가 지난 16일 오후 7시. 이스라엘 텔아비브 미술관 앞 광장은 마치 축제처럼 휴전을 기뻐하는 시민으로 가득했다. 이 광장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당시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들의 귀환을 염원하는 가족과 시민들이 모여온 장소다. ‘인질 광장’이라 불린다. 커다란 전광판엔 전쟁 이후 흘러간 날들을 알리는 ‘467’이란 숫자가 쓰여 있었다.
전날까지만 해도 이곳에선 인질 석방을 촉구하는 국민주택기금대출소득공제 시위가 벌어졌지만 이날은 분위기가 달랐다. 한 청소년 무리는 어깨동무하고 노래를 불렀고, 어떤 이들은 행인들에게 이스라엘 국민 음식인 팔라펠과 후무스 등을 무료로 나눠줬다. 광장 한쪽에서 피아노를 치던 갈(52)씨는 “출퇴근길에 항상 이곳을 지나다니는데, 어젯밤 휴전 소식을 듣고 오늘만큼은 여기서 사람들과 함께 머물고 싶어 발걸음을 멈췄다”며 “부디 휴전 제테크 이 종전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낫(60)씨는 “하마스는 우리에게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를 안겼고, 여전히 극단주의 무슬림들이 두려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쟁을 끝내는 것만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의 평화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16일 이스라엘 저축은행 이자율 텔아비브에 있는 국방부 앞에서 하마스에게 끌려간 이스라엘 인질 가족들과 휴전에 찬성하는 시민들이 휴전 타결을 환영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왼쪽). 반면 같은 날 예루살렘 대법원 앞에선 이스라엘 전사자와 일부 인질 가족으로 구성된 우파 시위대가 휴전 반대 시위를 벌였다(오른쪽). 이들은 이스라엘 국기를 덮은 빈 관들을 전시한 뒤, '휴전으로 인해 죽어나갈 한국은행 금리인상 이스라엘 국민들'을 상징한다고 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와의 휴전을 두고 두 쪽으로 갈라져 갈등을 겪는 모습이다. /AFP·EPA 연합뉴스


같은 날 약 60㎞ 떨어진 예루살렘에선 다른 집회가 열렸다. 이스라엘 우파와 일부 인질 가족 수백 명이 모여 휴전을 반대하는 시위를 열었다. 이들은 총리실과 크네 미즈사랑 세트(의회) 등 정부 기관이 밀집한 지역 인근 교차로에 이스라엘 국기로 덮인 관(棺) 수십 개를 놓아두고 “수많은 이스라엘인이 휴전으로 인해 죽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하마스를 완전히 소탕하지 않고, 인질 석방의 대가로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을 풀어주게 된다면 결국 또 다른 테러나 전쟁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질 및 수감자 맞교환으로 시작해 하마스와의 영구 종전까지 추진하는 이스라엘·하마스 간 ‘3단계 휴전안’이 타결된 후 전쟁에 지친 이스라엘 사회는 대다수가 이를 환영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휴전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아 내부 갈등을 겪고 있다. 이스라엘에서 종교 색이 가장 옅은 지역이자 대표적인 진보 텃밭인 텔아비브는 휴전을 환영하는 시민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보수적·종교적 색채가 짙은 예루살렘 등지에서는 휴전 반대 목소리가 크다. 이스라엘 보안 내각이 17일 오전 휴전안 이행을 위한 내각 투표를 실시한 가운데, 휴전 발효 전후로 반발이 극도로 고조될 것이란 전망이다.
일반 시민뿐만 아니라 인질 가족 사이에서도 입장 차는 나뉘는 상황이다. 대부분 인질 가족들을 대표하는 단체 ‘인질 및 실종 가족 포럼’은 “(휴전 소식에) 압도적인 기쁨과 안도감을 느낀다”며 “모든 단계의 휴전이 이행될 수 있도록 신속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휴전에 반대하는 인질 가족 모임인 ‘티크바(희망) 포럼’은 이날 성명을 내고 “휴전 협상으로 미래의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살해될 사람들을 생각해보라”고 했다.
갈등이 가장 극심하게 분출되는 곳은 정치권이다. 특히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극우 강경파 정당들은 휴전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네타냐후는 당초 16일 하기로 했던 휴전안 표결을 “하마스가 합의를 일부 번복했다”고 주장하면서 연기했는데, 일각에선 그 이유가 극우파들을 설득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는 분석도 나왔다. 실제로 극우 정당 ‘유대인의 힘’ 대표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이날 같은 당 소속 장관·국회의원들과 방송에 출연해 “휴전안이 승인될 경우 연정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 다른 극우 강경파인 종교시오니스트당(RZP) 소속 베잘렐 스모트리치 재무 장관도 “다시 전쟁을 재개하지 않는다면 연정을 떠나겠다”라고 했다.
여러 부패 혐의를 받는 네타냐후는 극우파와의 연정 구성을 통해 정치 생명을 연장하고 있다. 현재 연립정부는 의회 전체 의석 120석 중 68석을 갖고 있는데, 이 중 13석이 ‘유대인의 힘’과 RZP 몫이다. 연정이 깨지면 네타냐후는 실각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다른 야당들이 휴전을 지지하고 있어 휴전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은 적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날 보안 내각 투표에 이어 18일 오후 전체 내각 투표를 통해 휴전안을 최종 승인한다는 계획이다. 내각 투표는 다수결로 결정된다. 네타냐후는 이날 “(보안 내각) 표결이 하루 연기되긴 했지만 첫 인질 석방은 오는 19일에 그대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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