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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삼성전자는 ‘2025년 초과이익성과급(OPI·옛 PS)’ 지급률을 확정하고 임원들은 이 중 일부를 자사주로 지급한다는 내용을 사내 공지했다. OPI는 전년도 경영 성과를 바탕으로 매년 초 지급하며, 삼성전자의 여러 종류의 성과급 가운데 금액이 가장 많다. 매년 1월 지급되는 성과급은 연간 경영 실적을 캐피탈대출금리 기준으로 초과 이익 20% 한도에서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한다. 올해는 사업 부문별로 연봉의 9~44%로 결정됐다.



그래픽=이진영


이번 제도에 따라 상무는 성과급의 50% 이상, 부사장은 70% 이상, 사장은 보금자리 분양 80% 이상을 자사주로 받아야 한다. 대표이사 등 등기 임원은 100%를 자사주로 받아야 한다. 현재 삼성전자 임원은 약 1000명이다.
◇주가 떨어지면 자사주도 줄여
실제 지급은 1년 후에 이뤄진다. 이날 확정된 작년 성과급 자사주는 2026년 1월 지급된다. 상무와 부사장은 지급일로부터 1년간, 사장단은 2년간 매도가 재테크란 금지된다. 삼성전자는 실제 자사주 지급 시점에 주가가 하락하면, 당초 약속했던 주식 수량도 줄이기로 했다. 예를 들어 주가가 10% 하락하면 기존에 받기로 약정한 주식 수량의 90%만 지급하는 식이다. 주가 하락에 받는 주식 수도 줄어 이중으로 손해를 보는 구조다. 주가가 올라도 주식을 더 주지는 않는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성과급 지급 대전파산 방식을 당분간 계속 운영할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일반 직원들도 원하면 이 같은 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직원들에겐 매도 제한 기간을 따로 두지 않는다.
◇책임 경영 vs 단기 성과 급급 우려
삼성전자는 작년 말부터 매입하고 있는 10조원어치의 자사주를 성과급 지급에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11월 삼성 보금자리주택 청약예금 전자는 자사주 10조원 매입 계획을 발표하며, 3조원은 소각, 나머지 처리 방식은 추후 결정한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책임 경영 강화를 이번 조치의 이유로 들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임원 성과급을 주가와 직접 연계함으로써 경영 실적 외에도 주가 관리를 강화하고, 주주 중시 경영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작년 7월 8만8800원을 찍은 이후 계속 하락해 최근엔 5만원대 초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성과급 확정을 앞두고 삼성전자 최고 경영진은 지난해 실적 부진으로 주가가 떨어진 점을 고심했다고 한다. 임원의 연봉을 동결하거나 성과급을 반납하는 안까지 검토했으나, 임원들이 주주에 대해 책임을 지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주가 하락으로 주주들의 원성이 높은데, 임원들만 거액의 연봉을 챙긴다는 비판을 의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주가 관리를 위해 단기 성과에만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주가에 호재가 될 만한 실적에 신경을 쓰면서, 비용이 많이 드는 연구·개발(R&D)이나 장기 투자를 꺼리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주가를 관리하겠다는 삼성전자의 의지는 좋지만, 근본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자사주
회사가 주식시장 등에서 매입한 자기 회사의 주식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의결권은 없다. 자사주 매입은 시중에서 유통되는 주식 수를 줄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보통 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