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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역사상 최초의 남아메리카 출신 교황 프란치스코(사진)의 첫 자서전 ‘희망(원제 Spera)’이 14일(현지시간) 세계 80개국에서 동시 출간됐다. 300여 쪽에 달하는 ‘희망’은 아르헨티나 이탈리아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순간부터 현재까지, 교황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을 되돌아보는 작품이다.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대담 형식의 회고록을 낸 적이 있지만 직접 쓴 자서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래 사후에 출간될 예정이었으나, 가톨릭 교회가 25년마다 맞이하는 은총의 해인 희년을 맞아 올해 출간했다.
자서전에 담긴 프란치스코 교황의 어린 시절 모습은 고집불통 문제아에 가까웠다. 그는 과거를 회상하며 “내 자전거를 망가뜨린 학교 친구에게 수리비를 내놓으라고 고집을 부리고, 학교 친구를 때려 거의 의식불명 상태로 만든 적도 있다”며 “교황직에 합당한 성품을 타고나지 않았다”고 했다. 대신 “여느 소년처럼 주님으로부터 큰 선물을 받았는데, 그것은 부끄러워할 줄 아는 수치심”이라며 교황은 과거의 자신이 ‘부끄러워함’ 덕분에 인격적으로 성숙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당시 교황이던 베네딕토 16세가 자진 사임하면서 직접 교황직을 인수·인계받는 유례없는 일을 겪기도 했다. 2013년 3월 콘클라베(교황선출회의)에서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은 당시 로마 교황 여름 별장인 카스텔 간돌프에서 베네딕토 16세를 만났던 순간을 회상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베네딕토 16세에게서 ‘교회의 가장 어렵고 고통스러운’ 자료가 든 커다란 흰색 상자를 건네받았다고 했는데, 교황이 흰 상자 안에 든 자료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89세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건강 이상설과 자진 퇴임설에 대해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나는 건강하다. 늙었을 뿐”이라며 “수술받는 동안에도 사임을 생각한 적이 없다”고 했다. ‘희망’ 한국어판은 다음 달 말쯤 국내 출간될 예정이다.
정지연 기자 jjy0725@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