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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 생각하시는 당연한데21살 신예진은 '희망'이라는 꽃말의 데이지를 품고 2023년 2월 26일부터 2024년 2월 25일까지, 365일동안 전 세계 45개국을 여행했습니다. 여행하며 만난 '삶의 이유를 찾는 여정'을 <너의 데이지>를 통해 풀어나갑니다. ‘데이지(신예진)’가 지난 1년 동안 여행하며 만난 사람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 연재기사입니다. <기자말>
[신예진 기자]
아프리카 여행을 마치고 세계 일주 마지막 대륙, 남아메리카로 향하던 길이었다. 그 유명한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 사막으로 가기 위해 칠레 인근 마을 깔라마(Calama)에 머물렀다.
그리고 그날 이른 새벽, 우유니행 버스에 올랐다. 졸다가 잠에 빠져들었다. 한두 시간이나 흘렀을까, 잠결에 눈을 뜨니 이럴 등록금대출소득공제 수가. 가방은 열려 있었고, 가방 속에 있던 모든 전자기기가 사라져 있었다.
'설마, 설마... 그럴 리가 없어.'
믿을 수가 없었다. 노트북, 헤드셋, 각종 충전기, 카메라까지 전부 사라졌다. 지난 11개월간 여행을 담은 하드디스크도 없어졌다. 지난 여정의 영상은 가족에게 뿌듯함을, 친구들에게 '너도 세계를 탐험할 수 분당현대스위스 있다'라는 응원을, 나에게 세계를 기록한 꿈이었다.

절대, 절대 하드디스크만큼은 잃어버릴 수 없었다. 잃어버려선 안 됐다. 버스 안내원에게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지만,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너의 잘못'이라는 차가운 답변만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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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난 인증 서류를 작성하는 버스 운전사의 모습 노트북, 헤드셋, 각종 충전기, 카메라까지 전부 사라졌다. 그중에서도 지난 11개월간 여행을 담은 하드디스크도 없어졌다. 지 본인명의 핸드폰 난 여정의 영상은 내가 나고 자란 시골 아이들에게 '너도 세계를 탐험할 수 있다'라는 응원이자, 가족들에게는 뿌듯함을, 내게는 사람들에게 세계를 알리는 꿈이었다. 하드디스크만큼은 잃어버릴 수 없었다. 버스 안내원에게 도난을 알리니 '보관하지 못한 너의 잘못'이라는 답변만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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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내려 경찰서에 갔지만, 되찾을 방법은 없었다. 지난 세계여행이 한 순간 사라진 것 같아 당황스럽고 동시에 가슴이 찢어졌다. 미어지도록 뚫린 가슴을 붙잡는데, 한 여성이 다가와 내게 안부를 물었다.

허둥지둥하던 때부터, 그러니까 아까 버스정류장에서부터 나를 지켜본 여성이었다. 그는 본인을 Sthela Solange(이하 스텔라)라고 소개하며 나를 본인 집으로 안내했다.
스텔라가 나를 위해 방을 잠시 정리하는 동안, 나는 멍하니 허공을 바라봤다. 우유니 소금사막을 보고 설레이던 어린 시절이 스쳐갔다. 나는 우유니를 앞둔 상황에서 지난 모든 추억을 잃어버렸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처량하고 허망해서 눈물이 사정없이 쏟아졌다. 그러자 스텔라는 나를 안았다. 포옹에 눈물은 멈추지 않았고, 스텔라는 나와 함께 울었다. 세상에 우리 둘만 있는 것처럼 서로를 껴안으며 엉엉 울었다.
이후 내가 타려고 했던 버스가 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고로 사망자까지 발생했다고. 그 사실을 알고 나니 더 괴로웠다. 침대에 누워있어도 도통 잠이 오지 않았다.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괴로웠다. 눈을 떠도 괴롭고, 감아도 괴로웠다.
일단 내게 일어난 일을 받아 들여야 하지만, 그 과정은 너무 힘들어서, 비유하자면 누군가 뾰족한 바늘로 내 심장을 무너질 때까지 찌르는 느낌이었다. 나는 그토록 바라던 우유니 사막을 볼 자신이 없었다. 이 상태로 여행할 바엔 안 하는 게 낫다고, 다 포기하자고도 생각했다.
잔뜩 상심해있던 나를 지켜보던 스텔라는 이렇게 말했다.
"데이지, 울고 싶으면 울어. 슬플 때는 우는 거야."
그의 말을 듣자마자 눈물이 주체없이 흘렀다. 그는 본인의 아픔을 공유했다. 20대 초반, 덜컥 미혼모가 됐다고. 이후 그는 오로지 일만 해왔단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자










▲ 한참 슬퍼한 뒤 스텔라와 함께 밥을 먹는 모습 우린 점심을 먹으며 짧게 이야기 나누었다. 스텔라는 끝까지 내가 물건을 찾을 수 있을지 도와주었다. 그는 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자기 일처럼 함께 속상해했다. 그러나, 스텔라가 도와주려고 함께 머리를 맞댈수록, 더 이상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 나를 도와주는 이유를 물으니, 스텔라는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기 때문'이라 답했다.


ⓒ 신예진




"아이들은 내 삶의 전부이지만, 젊은 시절을 미혼모로 살아가는 건 쉽지 않았어."

올해 27살인 스텔라는 그렇게 너무 일찍 엄마가 되었다. 여기에 더해지는 경제적 부담은 그를 좌절시켰다.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고립도 스텔라에게 시시때때로 절망을 안겼단다.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생전 처음보는 나를 위해 함께 슬퍼해 주던 그의 얼굴을 떠올렸다. 어쩌면 어릴 적부터 그가 짊어진 아픔에서 나를 공감하는 포용력이 나왔던 건 아닐까.
"일들은 일어나기 마련이야. 다음 단계를 위한 하나의 경험이라고 여겨봐."
스텔라의 이야기를 들으니 눈물이 다시 흘렀다. 그가 겪어온 아픔이 느껴졌다. 한참을 울고 나니, 이제 우유니 사막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나를 진하게 포옹한 순간을 떠올렸다. 지금의 아픔은 나아가기 위한 경험이라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자고 생각했다. 나에게 의지할 곳이 되어준 스텔라에게 삶의 이유를 물었다.
"내 삶의 이유는 나에게 일어난 여러 가지 실패에서 살아남기 위해서야. 다른 이들을 도와 삶을 밝게 하고자 신은 나를 이곳으로 보냈으니까. "

스텔라는 처음 본 이방인과 함께 눈물 흘렸다. 그가 가진 상처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지만, 그는 내 상처를 위로해 주었다. 그는 실패에서 살아남은 강인한 사람이었다. 나는 그 덕분에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었다.










▲ 비가 내리는 깔라마(Calama)의 모습 비가 좀체 내리지 않은 사막 도시 깔라마에 비가 내렸다. 스텔라는 사막도시인 깔라마에 비가 오는게 기적이라고 말했다. 빗방울을 보며 나는 말했다. "이건 우리 둘의 눈물인가봐."


ⓒ 신예진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다는 사막 도시 깔라마에 비가 내렸다. 스텔라는 깔라마에 비가 오는 게 너무 드물어 기적에 가깝다고 말했다. 빗방울을 보며 나는 말했다.

"이건 우리 둘의 눈물인가 봐. 충분히 울고 앞으로 나아가라는 눈물 말이야."
덧붙이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