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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오지학교 탐사대'(이하 히오탐)는 도전과 나눔, 자아실현, 환경보호를 목적으로 네팔 히말라야 일대를 탐사한다. 오지 학교와의 교류를 통해 글로벌 리더십과 봉사정신을 함양해 넒은 세계관을 갖게 해주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 일상의 소중함 등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2005년부터 시작해 올해 제19회째 이어져 오는 장수 프로젝트로 삶의 전환점이 필요한 일반인, 교사와 청소년 대원들을 40명 내외로 선발해 매년 1월에 떠난다.
충북산악연맹 회장이자 민간 산악안전, 환경봉사단체 마운틴패트롤의 대장인 김영식 대장의 지휘 하에 이동 2일, 산행 7일, 봉사활동 우체국 희망적금 준비와 학교 방문 3일, 문화유적탐방 및 관광 3일의 총 14박15일로 알차게 일정이 구성된다.
나는 이번 19차 히오탐의 대원이자 스태프로 초·중·고 학생들로 구성된 청소년 8인, 전·현직 교사 및 사업가, 일반인 등 성인 12인, 총 20명의 대원들과 함께했다.
청소년 대원들 중에는 시각장애와 지적장애가 있는 학생 2009년주5일제 2인이 함께했으며, 대원들과 여러 단체에서 경비를 지원받아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탐사대가 방문한 학교는 총 두 곳으로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 위치한 바니빌라스세컨드리 학교와 시골 오지 바라부리 학교다. 두 학교 모두 들어서는 순간부터 엄청난 환대를 받았는데, 현지 한국어 교사 인건비와 우수학생들 12명의 장학금, 학용품 및 학습 기자재, 투룸 생활용품을 기증하며 행사를 치렀다. 가수 임영웅 팬클럽 '영웅시대 대전충남지역 방'에서 올해 3년째 이 프로젝트의 장학금을 후원하고 있다.
특히 바니빌라스세컨드리는 2005년 탐사대 발족과 함께 일으켜진 학교로 20년 전 단층건물에 쓰러져가던 곳이 이제는 도서관과 컴퓨터실을 갖춘 번듯한 학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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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대는 네팔의 학교 두 곳을 방문했다. 환대받는 모습.


바니빌라스 학생과 관계자들은 탐사대를 위해 한국어로 애국가 제창, 태권도 시범, 노래와 춤 등 오랜 기간 준비해 온 각종 공연을 선사했다. 탐사대원들은 화답으로 네팔 전통민요 '레쌈삐리리' 우체국 다문화 적금 를 합창했다. 서로 문화를 교류하며 다진 이 행사는 한국과 네팔 양국의 우애를 상징하는 대표 프로젝트로 자리매김했다.
산행 탐사는 네팔 제2의 도시 포카라에 위치한 안나푸르나산맥 일대 마르디히말에서 시작했다. 총 7일간 들머리 칸데(1,720m)에서 출발해 오스트레일리아캠프(1,920m), 피탐 데우랄리(2,100m), 포레스트캠프(2,520m), 로우캠프(2,970m), 하이캠프(3,700m)를 거쳐 마르디히말 뷰 포인트(4,200m)를 찍고 시딩마을(1,885m)로 하산해 코라무크(1,450m)를 날머리로 하는 코스다.
마르디히말은 많은 히말라야 산맥 중에서도 인기를 크게 얻고 있는 코스로 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 초보자도 오르기 쉽고 비교적 한적하다. 안나푸르나와 마차푸차레, 히운출리 등 설산의 멋진 파노라마를 한눈에 볼 수 있고 푸른 숲과 고산 초원지대를 지날 수 있다.
출발 전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고산증과 캠프(로지) 생활 동안 씻지 못하는 것이었는데, 평소 등산으로 다져진 체력 덕분이었을까 다행히 나는 큰 고산증은 없었다. 함께한 대원들 중 일부는 하이캠프에서 두통과 졸음 등 전형적인 고산증을 겪었다. 산행경험 없이 고산지를 처음 방문한 청소년 대원들은 더욱 힘들어 했기에 성인 대원들이 아이들을 챙겨가며 서로 힘을 북돋으며 올랐다. 특히 시각장애를 가졌음에도 대원들과 하이캠프까지 오르며 일정을 완주한 학생의 도전정신은 함께한 모든 사람들에게 큰 용기와 감동을 주었다.
매일 아침 6시 기상, 7시 조식, 8시 출발하는 일정이었다. 고도가 올라갈수록 춥고 열악한 로지 환경에 적응해야 했다. 씻지 못해 머리와 몸에서 올라오는 냄새는 내가 살아 있는 인간이란 걸 다시금 느끼게 해주었다. 직접 물을 퍼서 내려야 하는 푸세식 좌변기 사용, 건조해서 쉽게 헐어버린 콧속, 일정 막바지 감기로 인해 편한 호흡을 할 수 없었던 것이 힘들었다.
하지만 포터와 쿡들, 당나귀들의 수고를 생각하면 이런 고생은 충분히 겪어볼 만하다. 이들은 탐사대원들을 위해 20kg이 넘는 무거운 식자재, 가스버너를 짊어지며 늘 먼저 올라가 매 끼니 맛있는 식사를 준비해 주었다. 카고백에 넣은 대원들의 15일치 무거운 짐들을 하이캠프까지 날라준 당나귀들에게도 고맙다.
탐사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하이캠프에서 새벽 4시에 출발해 일출을 보며 오른 마르디히말 뷰 포인트. 내 눈앞에 사방으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안나푸르나 남봉과 마차푸차레(6,997m)는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모를 정도로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어두운 밤 달빛에 비친 거대한 산봉우리의 웅장함은 공포감이 들 정도로 멋있었다. 오를수록 더욱 자세히 보이는 마차푸차레는 계속 더 가까이 오라고 부르는 듯했다. 달과 별을 보며 오르기 시작해 떠오르는 태양을 마주한 그 순간, 내가 살아가는 의미를 느꼈다. 이 일출은 모든 어려움을 견뎌내고 마주한 꿈과 희망 그 자체였다.
시딩마을로 하산하는 길엔 청소년들과 플로깅을 했다. 함께 주운 쓰레기들을 모아 정크아트를 만들며 환경을 생각하는 시간도 가졌다.
흰 눈이 쌓여 있는 히말라야의 모습을 기대했지만, 온난화로 예년보다 높아진 기온 탓에 히말라야에서 눈을 밟아볼 수는 없었다. 기후위기를 다시금 느끼는 순간이었다.
일정이 끝나갈 무렵, 긴장이 풀리니 약해진 면역력 때문일까? 바로 감기에 걸렸다. 히말라야를 먼저 다녀온 선배들은 고산증이 없더라도 일정 중 한 번은 꼭 아플 거라고 했다. 이 말인가보다. 이 감기가 다 나을 때쯤이면 히오탐 앓이가 끝날까? 우리를 환영하며 그들이 목에 걸어준 꽃목걸이와 이마에 발라준 붉은 화장(티카), 환송할 때 형형색색의 스카프에 담아준 히말라야 오지학교 탐사대의 이 기억들은 앞으로 삶에 있어 큰 힘이 되어 줄 것이다.
월간산 3월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