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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직후 흑인 인권을 비롯한 다양성과 관련한 정책을 폐기하는 내용의 다수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흑인 운동의 성지가 됐던 워싱턴 16번가 바닥에 새겨졌던 노란색 BLM 문구는 지워졌고, 보행자 전용이던 ‘BLM 광장’은 다시 학자금대출생활비대출기간 차량이 다니는 도로가 됐다. 집회를 막기 위한 차단 장치까지 설치된 이곳의 명칭도 ‘리버티 광장’으로 바뀌었다.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의 중심지였던 워싱턴 백악관 인근 16번가에 설치됐던 문구를 비롯해 차량 통제 설비 등이 지난 3월부터 철거가 시작돼 4월 공사를 하나은행 담보대출 완료했다. 현재 이곳의 차량 통행이 재개됐고, 'Black Lives Matter Plaza'로 명명됐던 지명도 삭제됐다. AP=연합뉴스
흑인 운동의 성지를 잃은 흑인들은 박탈감을 드러냈다.
경찰의 과잉 진압으 온누리상품권 사용처 로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의 5주기(5월 25일)를 앞둔 24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북쪽 16번가에 집회를 차단하기 위한 차단봉이 설치돼 있다. 플로이드 사건 이후 이곳은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광장'으로 명명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관련 시설을 모두 철거하고, 이름도 '자유 광장'으로 변경했다. 강태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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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먼 그린은 “미국 사회가 고민하기 시작한 많은 것들이 그것(BLM 운동)에서 나왔다”며 “큰 도전을 받으며 무너져버린 것들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원래 이민자의 나라이고 흑인, 백인, 아시안 등이 함께 자유와 번영을 이뤘다”며 “트럼프의 주장대로라면 미국 원주민을 제외한 모두가 이 나라를 떠나야 한다”고 했다.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의 5주기(5월 25일)를 앞둔 24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북쪽 16번가에 집회를 차단하기 위한 차단봉이 설치돼 있다. 플로이드 사건 이후 이곳은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광장'으로 명명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관련 시설을 모두 철거하고, 이름도 '자유 광장'으로 변경했다. 강태화 특파원
대럴 앨런은 “5년이 지났지만 흑인과 소수인종들은 여전히 ‘숨을 쉴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정책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며 특히 배타적인 이민정책에 대해 “내가 당신에게 ‘당신의 나라로 돌아가라’고 하거나 ‘미국에 아무도 못 들어온다’고 할 수 없는 것이고, 이는 옳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2020년 5월 25일 미니애폴리스 경찰 데릭 쇼빈이 "숨을 쉴 수 없다"고 애원하던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눌러 제압하고 있다. AP=연합뉴스
5년 전 플로이드는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20달러 위조지폐 사용 신고를 받고 출동한 백인 경찰들에 의해 체포되는 과정에서 질식사했다. 9분 30분짜리 체포 영상 속 플로이드는 “숨을 쉴 수 없다”고 여러차례 호소했지만, 경찰은 그의 목을 짓눌렀다. 결국 그는 “엄마, 엄마(Mama)”라는 말과 함께 숨을 거뒀다.
이 사건의 파장은 전국적 인권 운동으로 이어졌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집회 참가자들을 ‘폭도’로 규정하고 군을 동원해 최루탄과 고무총탄으로 집회를 강제 해산시켰다. 그리고는 현장에 성경책을 들고 나타나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0년 6월 1일 시위대에 대한 강제 해산 이후 미국 워싱턴 세이튼 존슨 교회 앞에서 서서 성경을 들어올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당시 국방장관이던 마크 에스퍼의 회고록 『성스러운 맹세』에는 시위대가 백악관 앞까지 가득 메우자 트럼프 대통령이 “그들을 그냥 쏘면 되지 않느냐. 다리나 그런 곳에만…”이라고 말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에스퍼 전 장관은 이를 거부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그해 대선에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에게 패배한 직후 에스퍼를 경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하자 눈엣가시같은 BLM 광장부터 없앴다. 지난 21일엔 바이든 정부가 미네소타주 연방법원 등에 “법원의 감독 아래 경찰 훈련 및 무력 사용 정책을 개혁한다”고 했던 약속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2025년 3월 12일, 백악관을 배경으로 한 굴착기가 워싱턴 DC의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는 광장에 포크레인으로 철거 작업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일각에선 인플레이션 등 경제 문제가 핵심 이슈로 부상했던 지난해 미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흑인 남성들로부터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은 점이 이러한 결정의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워싱턴 16번가에서 만난 흑인 중 상당수는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거나 “관련 사안을 잘 모른다”며 인터뷰를 거부했다.
이러한 기류 속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때는 남아공의 ‘백인 농부 학살’ 의혹을 제기하며 라마포사 대통령을 향해 “해명해보라”고 공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남아공에서 백인 농부 수천명이 살해된 곳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그가 제시한 영상 속 장소는 민주콩고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2020년 7월 26일 오레곤주 포틀랜드의 마크 O. 햇필드 연방 법원에서 열린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 시위에서 연방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발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플로이드 사망 5주기 기념식을 주최하는 인권단체 KDITC의 활동가 브리아나 워싱턴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플로이드의 사망 이후 경찰이 목을 조르는 행위가 금지되고 경찰의 불법 행위를 신고할 수 있는 법적 조치가 마련되는 등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며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노력들을 한꺼번에 무너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간이 지나면서 여론의 관심이 잦아들고, 일부 음모론자들의 허위 사실 유포 등이 더해지면서 트럼프의 역사적 퇴보가 속도를 내고 있다”며 “이런 때일수록 어려워진 상황을 더 널리 알리기 위해 흑인 인권뿐만 아니라 사회 정의, 청소년 문제, 소수 인종의 사회 참여 기회 확대 등 다양한 방식의 운동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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