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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주화 운동의 중심지였던 광주광역시 충장로에는 30년 가까이 호남 음악 애호가들의 성지로 건재한 ‘25시음악사’라는 음반 매장이 있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충장로의 가장 중심 골목에서 2개 층을 통째로 임대했을 정도로 호남 최대 음반 매장이었다. 고등학생 시절 록에 입문한 나에게도 그 공간은 특별했다. 두 층을 가득 채운 뮤지션들의 다채로운 CD를 고르는 일은 큰 행복이었다.
사고 싶은 음반은 많았지만 돈이 부족해 고민이었다. 그럴 때면 사장님께서 음반을 추천해 주셨다. 어느 날 사장님은 핑크 플로이드의 ‘The Wall’을 추천하며, 프로그레시브 록의 정수이자 사람과 사람 사이 벽을 허무는 깊은 의단기매매기법
미가 담긴 작품임을 설명해 주셨다. 사장님을 믿고 구매한 나는 집에 돌아와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해서 들었다. ‘The Wall’ 앨범은 단순한 노래 모음이 아니었다. 하나의 관통하는 서사와 록부터 클래식까지 다양한 장르가 어우러진, 한 편의 웅장한 오페라였다.
이 서사에는 핑크라는 가상의 주인공이 있다. 그는 2차 세계대전으로 아버지를 잃SJM홀딩스 주식
은 상실감과 그로 인한 어머니의 과보호 속에서 자라며 외부와 벽을 쌓기 시작한다. 학교에선 획일적 교육과 체벌로 상처받고 반항적인 록스타가 되지만, 음악인을 한낱 부품으로 여기는 음반 산업에 환멸을 느끼며 또 다른 마음의 벽을 쌓는다. “그래 봤자 너희들도 하나의 벽돌에 불과하지”라며 읊조리는 가사처럼, 핑크는 개인이 거대한 사회·정치 시스템 속에서 희생되한화케미칼목표가
고 표준화되는 것에 분노한 것이다.
점점 타인과 소통하기 힘들어진 핑크는 아내의 외도로 이혼하고 폭주하다 세상과 완전히 단절된다. 그러나 마음의 벽이 자신을 보호해주지만 진정한 치유와 성장을 바랐던 핑크는 마침내 스스로 벽을 부숴버리고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핑크 플로이드의 콘서트에서는 마지막에 모든 벽을 부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며인성정보 주식
앨범의 주제를 구현한다.
사장님의 추천으로 접하게 된 ‘The Wall’ 앨범의 메시지는 내게 큰 울림을 주었다. 이후 나는 집단에 매몰되지 않고 개인으로 우뚝 서기 위해 노력했다. 시대가 만든 벽과 선입견에 갇히지 않기 위해 열린 태도를 지니려 애썼다. 그렇게 서울에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는 과정 속에서 나는 변화했다. 정스탁아이
치적으로 특수한 공간인 광주에서 성장하며 진보 진영의 주장에 자연스럽게 동조했던 나는 보수주의자로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그러면서 보였다. ‘민주’라는 이름을 내세운 거대한 벽에 갇힌 내 고향 호남이. 호남에서는 원래 이승만과 박정희의 지지율이 높은 편이었다. 5·18 민주화운동 이후 치러진 11·12대 총선에서도 전두환의 민정당이 두번 모두 20석 가까이 얻었을 정도로 보수 색채가 남아 있었다. 그러나 누적된 경제 투자 불평등, 3당 합당 과정에서의 소외, 5·18 왜곡과 인재 차별, 보수 지지자들의 지역 비하 등이 호남인들로 하여금 보수 정당에 벽을 쌓게 했다.
민주화 운동가들의 왜곡과 선동도 한몫했다. 운동권세력은 5·18 당시 계엄군의 투입이 미국의 묵인 하에 진행되었다고 음모론을 퍼트려 호남 지역의 반미여론을 조성했다. 소련 붕괴와 노태우 당선으로 입지가 약해진 운동권은 목숨을 걸고 호남을 지켰다. 시인 김지하가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워라’고 외쳤을 만큼 젊은이들은 목숨을 바쳤다.
그렇게 피로 쌓인 벽은 더 견고해졌다. 벽 안에 고립된 호남은 선거마다 민주당에 몰표를 줬지만 발전하지 못했다. 광역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재정자립도로 전남이 꼴찌이며, 광주는 광역시 가운데 꼴찌다. 호남은 청년 인구 유출도 가장 많은 편이다. 이런 경제난에 한때 건물 2층을 통째로 쓰던 ‘25시음악사’는 중심 거리에서 벗어나 2평 남짓한 작은 공간으로 옮겨야 했다.
나는 이 상황에 분노했다. 그리고 이 벽을 무너뜨려야 호남과 대한민국이 발전한다고 생각했다. 내 추억이 묻어 있는 ‘25시음악사’를 미국 아메바레코드, 일본 타워레코드처럼 성장시키고 싶었다. 결국 나는 당선이 보장된 제안을 뒤로하고 보수 정당 후보로, 낙선이 뻔한 광주에 출마했다. 그리고, 꼭 뵙고 싶던 ‘25시음악사’ 사장님을 찾아갔다.
“사장님, 기억나세요? 여기서 사장님이 추천해준 음반 많이 샀었는데요.” 국민의힘 빨간 유니폼을 보고 흠칫 놀라던 사장님은 반갑지 않은 표정이 역력했다. 당황한 사장님은 “아… 네…” 말뿐이었다. 지역 발전 공약을 설명해도 귀 기울이지 않는 눈치였다. 아마도 대부분의 광주시민들이 가진 벽을 함께 치고 있었을 것이다. 예술을 사랑하던 청년이 아닌 반감이 있는 정당 사람으로만 보는 벽이었다.
벽을 넘어서자는 메시지를 담은 ‘The Wall’ 음반을 내게 추천했던 사장님께서 이제는 내게 벽을 치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다. 싸늘한 시선은 12·3 계엄 이후 치른 이번 대선에서도 이어졌다. 두 선거 모두 광주 국민의힘 득표율은 8%에 불과했다. 선거보전금도 받지 못해 존재가 힘든 지지율인 것이다.
보수 정당이 선입견의 벽을 허물고 사람과 사람 간의 신뢰를 회복한 뒤 온전히 정책만으로 호남인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날은 언제일까. 빨간 옷을 입었다고 이상한 사람 취급받지 않고, 불가능해 보여도 옳다고 믿는 가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으로 기억되는 날은 언제일까. 단순히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이 사는 곳에선 보수와 진보 가치가 공존하고 정책 선호도 다양하게 존재한다. 그런데 보수 정당이 40년 넘게 10%도 얻지 못해 존재도 힘든 현실은 분명 잘못된 것 아닌가.
벽을 깨려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지금 잘되지 않더라도 미래 세대가 한 명이라도 더 벽을 깨고 나오게 만들기 위해 이 작업은 계속되어야 한다. 뜻있는 분들이 함께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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