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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차고 다리가 무겁다. ‘이번 한 바퀴만 더 해보자.’ ‘한 바퀴만 더 달려보자.’ 새벽마다 헉헉거리며 착착 발맞추어 함께 훈련하던 서브3 그룹에서 같이 달릴 수가 없다. 지난 겨울 영하의 날씨에 장거리 훈련을 하다가 발생한 부상으로 달리기를 한동안 쉬었다. 다시 달리기를 시작하니 몸이 한없이 무거웠다. 2년 동안 풀코스 마라톤을 3시간 내에 완주하는 서브3 그룹에서 달리기를 해왔다. 1km당 4분15초 페이스로 42.195km를 달릴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레벨이다. 2년 이상 길든 몸과 마음은 2주도 안 되어 초기화되었다. 지금은 같은 페이스로 1km만 달리는 것도 버겁다. 이황금성용가리
전에 비해 달리는 속도가 한참 늦기에 현재의 상태에 맞추어 그룹에서 떨어져 홀로 달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회복해서 원래 달릴 수 있는 기량으로 끌어올리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어쩌면 이전만큼의 기량으로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다. 아무도 나에게 ‘그것밖에 못 하냐’ ‘왜 이렇게 느리냐’고 하지 않는데, 스스로 위축되는 느낌이 마음에 일어나는 자문형랩
것을 관찰한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조급해질 때
“선생님, 제가 빨리 다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컸나 봐요. 후배들한테 무시당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고요. 그러다 보니 스스로를 조급하게 만든 것 같아요.”
4년 육아휴직 후에 복직한 은희씨는 오랜만에 출근한 회사에서 과거에는 무리 없이 할 수 있었던야마토게임동영상
업무가 어색하고, 후배들을 못 따라가서 초조한 느낌이 들었다. 한동안 일을 쉬었으니까 이전보다 못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빨리 자리를 잡아 인정받고 싶은 생각이 마음에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은희씨는 스스로가 못마땅하고 답답하게 느껴져 자꾸 짜증이 나고, 퇴근하고 나면 가족들에게 그 짜증을 쏟아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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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바탕으로 존재한다. 인생의 시기에 따라, 삶의 영역에 따라 과거보다 못한 것을 수긍해야 하기도 한다. 뒤처진다고 느낄 때 이를 만회하고자 마음이 성급해지고 어깨와 목의 근육에 힘이 들어가고 긴장감이 높아지고 피로감이 누적된다. 뒤처진 만큼 빨리 따라잡고 싶지만, 멀어진 간격은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 따라잡으려고 하는 만큼 더 멀어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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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내가 아닌 지금 나에게 맞는 템포
삶도 달리기도 템포 맞추기다. 지금, 여기, 나에게 맞는 템포로 조절하는 능력을 갖추면 수월해진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 급가속하거나 급브레이크를 밟으면 적정 속도로 일정하게 주행할 때보다 연비가 떨어진다. 매일의 삶도 지속이 가능한 만큼의 속도로 균형감 있게 완급을 조절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일이 많아서 바쁘고 힘들어요. 이러다 죽는 거 아냐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느긋한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사소한 일에도 마음이 조급해져요. 그런 데다가 업무와 관련해서 다그치는 부서장의 말이 너무 거슬려서 급발진했어요. 가슴이 벌렁거리고 에너지가 소진된 느낌이에요. 숨을 들이마시긴 하지만 내쉬는 게 잘 안되는 것 같아요. 일과 사람 사이의 강도를 조절하고 쉬는 연습을 해야겠어요.”
진호씨는 바쁜 업무에 치여 회사에서도 늘 긴장하고 있다. 부서장의 사소한 말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고, 집으로 돌아가서도 긴장이 풀리질 않는다. 일할 때 완급을 조절하고 중간중간 휴식을 취해야겠다고 머리로는 생각하지만 잘 실행되지 않는다. 필요성을 스스로 느끼고 있으므로 휴식을 취하면 나아질 수 있다. 그런데 업무를 하다 보면 다시 바빠지고 언제든 자신이 소진되는 느낌을 받을 텐데, 어떻게 하면 일할 때 완급을 조절하고 제때 쉴 수 있을까?
“일이 많을 때 각성이 되어서 처리가 빨라지는 느낌이 싫지만은 않아요. 그런데 기운이 금방 떨어지는 느낌이 들어요. 그렇게 전력 질주하듯이 일을 하고 나면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들다는 느낌뿐이에요.”
활력인 줄 알았던 각성…그리고 찾아오는 무기력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불안하게 느낀다. 바쁘게 일하면서 느끼는 각성을 활력으로 느끼며 무기력한 느낌보다 차라리 낫다고 여기기도 한다. 무엇이든 멈추었다가 다시 시작하려면 지속하고 있을 때보다 힘이 배로 든다. 그래서 일이든 운동이든 멈추고 쉬는 것이 겁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어서 무엇이든 쉼 없이 지속할 수는 없다. 그러면 원하지 않아도 자신도 모르게 무기력한 상태로 빠져들게 된다.
삶이든 일이든 강약을 조절하려면 현재를 바탕으로 강도를 맞춰야 한다. 그러려면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어제의 나를 바탕으로 오늘 나의 상태를 알고 이해하는 것이다. 현재 나의 신체적·심리적 컨디션이 어떤지, 오늘 얼마나 에너지를 쓸 수 있는지, 또 그만큼 에너지를 쓸 동기부여는 되어 있는지 스스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내 컨디션은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 스스로를 관찰하고 평가할 수 있는 상태로 전환하면 된다. 바로 한발 물러서서 나를 보는 느낌이다.
“이혼 절차를 마치고 약간 진이 빠진 상태였는데 내가 그동안 왜 이렇게 아웅다웅하며 살았나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집중해서 볼 때는 보이지 않고 방향성을 잃었다가, 오히려 물러서니 제가 보였어요. 예전에 미술을 전공할 때 모델을 그리려면 뒤로 물러서서 관찰하고 그렸거든요. 모델을 보듯이 나를 바깥에서 보는 느낌이에요.”
진호씨에게 깨달아지는 느낌, 자각이 온 것 같다.
한발 물러서서 나를 바라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심호흡을 크게 해보자.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가 천천히 내쉬면서 호흡을 바라보자. 숨이 들어오고 있구나. 그리고 숨이 나가고 있구나. 호흡을 주시할 수 있다면 일어나는 생각과 느낌을 알아차릴 수 있다. 즉 나를 바라볼 수 있다. 나를 관찰할 수 있어야 현재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있는지, 무리하지 않는지, 여유가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
시선을 멀리 두고, 호흡하는 나를 느끼기
달리기를 할 때도 시선을 멀리 두고 달리면 속도 조절이 더 수월하다. 시야에 나뿐만 아니라 운동장 안에 달리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관찰자가 되어 내가 달리는 모습을 느낄 수 있다. 그러면 넓은 배경 가운데 달리고 있는 내가 조명되면서, 몸에 불필요한 힘이 들어가지 않고 달리는 자세도 좀 더 자연스러워진다.
현재의 나는 현재 그대로 괜찮다. 물론 과거의 나 자신보다 못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럴 수 있다. 현재 상태에서 지금 여기에 맞게 다시 시작하면 된다. 그러려면 현재의 나, 마음과 몸 상태를 관찰하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눈을 감고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을 바라보자. 호흡하고 있는 나를 느껴보자. 그렇게 호흡하고 있는 나를 바라보는 느낌으로 마음에 일어나는 생각을 조명해보자. 현재의 나를 과거와 연결하여 바라보고 평가해보자.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를 바탕으로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오늘의 나가 모여 내일의 나를 만들어간다. 앞으로 조금씩 나아질 나를 믿고 기다려 주자.
※이 글의 상담 사례로 등장하는 이름은 모두 가명이며, 실제 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세계 6대 메이저 베를린·보스턴·도쿄·시카고·런던 마라톤을 포함해 50여 차례 국내외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한 김세희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임상교수가 연재하는 ‘마라톤 하는 정신과 의사 김세희의 마인드 업’ 전문은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코너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김 교수가 20년간 달리기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통해 깨달은 마음에 대한 이야기가 ‘마음의 회복’을 원하는 독자분들께 큰 도움이 될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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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전문 읽기

‘그만두고 싶은 마음’ 일으켜 세우는, 달리기의 힘

▶https://www.hani.co.kr/arti/society/health/1199311.html?h=s

김세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