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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요.”
◇웃음 속에 깊은 슬픔을 녹여
단순한 고발극이나 다큐멘터리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해원(解寃)과 위령(慰靈)의 이야기였으면 했다. “슬픔을 표현하는 거라면 시 한 줄이 훨씬 더 ‘한 방’이 있어요. 연극이 시시콜콜 아픔과 슬픔을 보여주면 관객이 도망치죠. 충분히 오락적이되, 앞뒤로 계속 겹쳐지는 그림처럼 층위를릴게임총판
쌓아야 합니다.”
꽉 쥐었으면 슬쩍 펴줘야 하고, 이화(異化)가 있어야 동화(同化)도 가능한 것이 무대의 언어. 실제 ‘유령’을 보는 관객들은 웃으면서 눈시울을 붉히고, 슬퍼하면서 배꼽을 잡고 웃는다. 양가적 감정을 동시에 겪는 별난 경험이다. “슬픈 거 보다가 웃음이 빵 터질 수도 있고, 웃다가도 허겁지겁 먹은 찐빵이 목을 턱 틀어막듯개미왕국포션
슬픔이 밀려들 수도 있거든요. 그게 인간입니다.”
◇배역 탈출하는 배우… 관객은 폭소
이번에도 고선웅의 연극은 유머와 진지함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메타 연극’이라 부르는 ‘연극에 관한 연극’의 형식을 취하는데, 배우들은 때때로 배역에서 빠져나와 지금 무대 위 진행되는 상황이 현실이 아닌 연극임을 일깨운다. 세상 슬픔과풍력에너지관련주
의 거리 두기다. 예컨대 남편의 폭력 장면이 갑자기 슬로모션으로 바뀔 때는 영화 ‘러브 스토리’ 테마음악이 흐른다. 몹쓸 말을 하던 남자 배우는 배가 불뚝해 보이도록 차고 있던 소도구를 벗어 내팽개치며 말한다. “내가 이 대사 빼자고 연출한테 몇 번을 얘기했어. 나 안 해! 이거 자식들더러 아버지 연극 보러 오라고 할 수 있겠어! 연출 나오라 그래!” 관객황제tv
은 그 상황에 폭소를 터뜨리다가도, 가정 폭력 피해자를 연기하는 배우가 누워 있다 얼굴을 드는 순간, 다시 그 아픔 속으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간다. 이런 과정의 반복을 통해 연극은 ‘세상은 무대, 인간은 배우’나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 같은 삶과 연극의 유비(類比)에 가까이 다가선다.
◇“관객이 계속 자신을 돌아보도록”
배우들은 무대 위 분장실 거울에 자기 얼굴을 비춘다. 시체 안치실에 수십 수백일 누워 있던 무연고자들의 유령이 마침내 불길 속에 성불(成佛)하는 마지막 순간은 충격적이다. 유령 셋이 마주한 시신의 얼굴은 배우 각자의 실제 얼굴을 본떠 만든 ‘데드 마스크’. 무연고자들의 유령은 고달프고 신산했던 삶이 담긴 자신의 얼굴에 고개 숙여 마지막 인사를 한다. “사람은 평생 자신을 직접 볼 수 없어요. 거울로만 볼 수 있죠.” 고선웅 연출은 “이 연극을 보는 동안 관객이 자꾸 자신을 돌아보길 원했다”고 말했다.
연극 ‘유령’의 ‘분장실 거울’은 이야기와 현실을 넘나들며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연극적 장치다. /세종문화회관
고선웅 연출에게 이번 작품은 또 다른 방식의 질문이기도 하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가족이나 친지 등 연고자가 시신 인수를 거부한 무연고 사망자는 2020년 2217명에서 2023년 4052명으로 80% 넘게 늘었다. 그는 무연고자라는 사회문제를 단순한 고발로 끝내지 않고, 우회하는 방식으로 관심을 환기하고 싶었다. 모로 가지만 서울로 가듯이.
고선웅 연출은 “내 뜻이 아닌 삶에 던져진 거라면 얼마나 슬픈가. 이 생에선 내가 맡은 역할에 충실한 거라고 생각하면 어떨까”라고도 했다. “마지막에 ‘슬프기도 기쁘기도 하고, 고요하기도 요란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괜찮았어, 난 참 웃겼어’ 말할 수 있다면 좋은 삶이죠. 이 연극의 마지막 대사처럼, 아무리 후진 역할, 아무리 못난 역할도 결국 퇴장하는 건 다 마찬가지니까요.”
공연은 22일까지, 4만~5만원.
☞극작·연출가 고선웅
한국 공연계를 대표하는 스타 연출가이자 극작가. 1999년 극작가로 등단, 2005년 극단 마방진을 창단했다.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리어외전’ ‘낙타상자’ 등 연극·뮤지컬·창극 등 장르를 넘나들며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관객과의 소통을 중시하고, 비극적 이야기에도 웃음을 심는 독창적 스타일. 경기도립극단 예술감독, 평창 패럴림픽 개폐막식 연출. 현재 서울시극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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